다섯번째 세션 기록입니다.


이른 새벽녘, 멜린윈은 소란에 잠이 깨고 난민들이 분주히 오가는 것을 맞닥뜨립니다. 난민 청년 알키는 식량고가 열렸다며 왠 밀가루 자루를 쥐어주려 합니다. 멜린윈이 따져묻자 알키는 "우리가 길드타운 돼지들의 식량고를 연거다"라며, 훈계하는 멜린윈을 벗어나 떠나버리고.

다음날 아침, 길드타운은 간밤의 식량창고 약탈건으로 발칵 뒤집힙니다. 난민대책위의 총독부 관료 제이크는 루카에게 시의회를 설득해 이번 사건을 자치수비대가 아닌 난민대책위에서 맡아 여파가 커지지 않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시의회에서는 반(反)난민감정을 품은 길드장 알리사, 죠니가 난민 식량지원을 일체 중단하고 자치수비대를 동원해 범인을 모조리 색출해 처벌해야한다고 언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루카는 조목조목 논리와 설득을 펴며, 더불어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며 신뢰를 호소합니다. 루카를 눈여겨보던 의류길드장 엘란이 루카를 옹호해, 난민대책위는 3일간의 1차 수사권을 획득합니다.

이어 수사의 전권을 위임받은 루카는 멜린윈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난민대책위의 수사 성과가 미흡하면 자치수비대가 투입된다는 말에, 멜린윈은 게렌의 잔혹한 고문을 떠올리며 적극 돕겠다고 나섭니다. 다만 주모자를 제외한 이들은 정상을 참작해 눈감아달라고 요청하고, 루카는 [동정심]과 [준법정신] 가운데 갈등하다 그런 이들이 잡혀가는 건 피하겠다고 약속합니다([준법정신] 자제 판정 성공).

멜린윈과 루카는 서둘러 수사에 나서 [연줄집단:난민들]을 통해 정보를 모아보려 하지만, 외부인 루카를 경계한 탓인지 다들 입을 다뭅니다. 수확 없이 날이 저물고, 멜린윈은 알키를 찾아가 묻기로 결심합니다. 알키는 난민구역의 불법 야시장에서 훔친 식량을 처분하려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멜린윈이 알키의 도둑질을 꾸짖자, '배신자'라고 맞서며 도망치다 루카에게 제압당합니다. 알키는 시내의 토박이들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토해내지만, 멜린윈은 난민들은 길드타운에 의존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저들을 적으로 돌려선 안된다고 설득합니다.

난민들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는 말에, 알키는 마지못해 사건의 전모를 털어놓습니다. 모종의 경로로 식량창고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고, 몇몇이 습격을 계획하고 행동요원을 포섭했음을... 일단 창고가 열리고 나선 난민들이 이도저도 나서서 식량을 약탈해갔고... 그러나 알키는 동지를 배신할 수 없다며 주모자들에 대해선 끝까지 함구합니다. 멜린윈과 루카는 알키의 신변을 염려하며 그와 헤어집니다.

오늘의 명장면: 알키를 설득하기.


------

이번 세션은 아예 플레이 내용을 의논해서 정하고 시작했습니다. 원래 이런 애드립에 가까운 마스터링은 잘 안했었는데, 이번 캠페인에선 그때그때 흐름에 맞추면서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는 플레이가 많이 나오네요. 사실 플레이 시작 전엔 뭔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어 불안한데, 정작 플레이에 들어가면 뭔가 술술 나오는게 매번 신기합니다^^;

초반에 등장시킨 NPC 알키를 설득해 내막을 듣게 돼, 더 깊이 감정이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명의 [연줄]로 얻은 정보가 아니니). 지난번 크렘에 이어 매번 비뚤어진 난민 소년, 청년들이 나와 억눌린 한을 토하는 듯한 느낌도 좀 있습니다... (이게 버릇인가도 싶습니다 허허;) 시의회와 난민사회, 각자의 영역이 좀 분리되어 다른 인물이 소외될 위험도 있는데, 나름 서로의 영역과 지위 차이를 살리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이번에 루카를 밀어준 의류길드장 엘란은 앞으로 슬슬 압박을 해갈 수 있을 듯 싶고요.

식량창고 습격사건의 배후로 음모론을 하나 떠올렸습니다. 식량창고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난민들이 습격을 벌이도록 몰래 부추긴 게, 사실 시의회의 양조길드, 직물길드 등 반(反)난민파 들이었다는 거죠. 너무 정치적 음모로 흐를 가능성도 있어서 고민되는 점도 있지만요. 스케일을 키우자면, 비슷하게 난민들의 폭동을 유발하고 대규모 유혈 진압을 벌이는 것도 가능할 듯 싶고요.

CP: 2CP. (플레이는 참석 못하셨지만, 늦게나마 와주신 승한님은 1CP)

Posted by 애스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