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더 슈바르츠

작센 공국의 통치자인 에델버트 슈바르츠의 둘째 아들로, 공국은 형인 알버트가 물려받을 것이기에 자구책을 찾아 젊어서는 군대에 들어가 장교가 되었지만, 상관과 갈등을 빚은 후 군대에서 뛰쳐나와 아버지 돈으로 장사를 했다.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파산하고 결국 빚까지 아버지가 갚아준 후 각국을 호화롭게 유랑하며 빈둥거렸다. 그간 안힐라스의 풍요로운 땅과 황금과 노예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건너가 장사나 할까 궁리하던 그가 성지순례를 빌미로 카타론 신성교국에 놀러갔을 때 마침 성황이 십자군을 선포했고, 엑토르 발데스가 고요의 해안을 점거했다. 기회를 직감한 슈바르츠는 아버지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하고 뇌물과 인맥을 총동원해 십자군 부사령관으로 임명받는 데 성공했다.

안힐라스 파병은 그의 운명이라고 할 정도로 알더는 운도 좋았다. 발데스에게 이를 갈고 있던 알프 연방은 그의 행동을 문제삼지 않으려면 뭔가 대가가 필요하다고 은연중에 요구했고, 때마침 알더가 강한 관심을 표명하자 성황은 알프 연방이 십자군 점령지와의 경계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전통적으로 연방의 우방이었던 작센 출신을 두 점령지의 경계에 배치하기로 했다. 거기에 승승장구하는 발데스에 대한 견제론까지 고개를 들자 급기야 성황은 십자군 총사령관인 발데스에게 서쪽으로 빛의 기치를 확장할 것을 명했고, 발데스는 군말없이 알프 연방 점령지와 경계지에 있는 도시를 나중에 도착한 슈바르츠에게 넘겼다. 슈바르츠는 작센 공국의 수도 햄프셔를 따 이 거점을 뉴 햄프셔라고 이름붙였다. 이후 이종족 어촌의 잔해 위에 지은 조그마한 군영은 점점 커져 번영한 상업 도시가 되었다.

알더 슈바르츠는 30대 후반의 덩치 크고 준수한 사내로, 약간 숱이 적어진 금발머리를 뒤로 묶고 있으며 유난히 푸른 눈은 항상 조금 어리둥절해 보여서 사람을 방심시키는 데가 있다. 그러나 결코 머리가 나쁜 인물은 아니어서, 뉴 햄프셔의 영주로서 그의 철학은 간단하다. 전쟁보다는 평화가 돈이 되고, 철저한 규제보다는 적당히 봐주며 받는 뇌물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것이다. 정식 경로로 걷은 관세는 일정 비율을 '헌금'으로서 십자군과 정교회에 바쳐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이 철학에 근거해 그는 알프 연방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교역을 장려했고, 밀수도 성의(..?)가 충분하면 용인하고 있다. 그 결과 뉴 햄프셔는 특히 알프 연방령 쪽에 있는 요크셔와의 육상, 해상, 하상 교역으로 풍요로운 도시가 되었고, 상업의 가치를 결코 무시하는 일 없는 알프 연방측은 슈바르츠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필요없는 둘째 아들로서 본토에서는 번번이 실패를 겪었던 알더 슈바르츠는 처음으로 자신이 있을 곳에 왔다고 느끼고 있다. 이곳에서 부와 명성을 쌓으면 어쩌면 본토에서도 한 몫 할 수 있으리라 그는 기대하고 있다. 정복 전쟁, 아니 선교 사업도 이종족들이 뉴 햄프셔에 쳐들어와 교역을 망치지만 않는다면 별 관심이 없다. 그 성격 뻣뻣한 발데스가 상관이라고 못 잡아먹어 안달하고 내륙 개발이니 뭐니 돈만 잡아먹는 사업에 물자를 실어나르라고 압박하지만 않아도 훨씬 편할 것이다.

한편 알프 연방령에서는 어차피 한 식구처럼 지내는데 합치는 건 어떻느냐고 은근히 언질하고 있지만, 본국 입장을 생각해도 성황을 함부로 배신할 수는 없기에 일단은 애매하게 대답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어내는 상태이다. 게다가 성황은 멀다 해도 발데스는 가까우며, 발데스가 아무리 빛의 아버지 얘기를 떠들어도 실은 물불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작자라는 것은 슈바르츠도 잘 알고 있다. 일단 그는 현재를 즐기면서 상황을 살피는 중이다. 그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웅변하고 있듯,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댓글

로키, %2010/%02/%28 %17:%Feb:

이렇게 십자군 삼인방을 끝냈군요. 참고로 슈바르츠의 젊은시절 모델은 모 합중국 전직 대통령 B모씨라고 저는 말한 적 없습니다 (?)

 
삭풍, %2010/%03/%01 %15:%Mar:

수고하셨습니…